두개의 문, 왼쪽 문을 열고 만난 빨강.



  소년은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돌아다녔다. 수많은 초록과 파랑속에 빨강이 숨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록과 파랑은 분명 빨강의 보색이었기에, 빨강을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다. 하지만, 빨간 색과도 보색이었기에 그 또한 두드러지게 보여주었다. 그래서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빨간을 빨강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우더 조심하며 하나씩 하나씩 파랑과 초록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파랑과 초록을 뒤적거리다 보니, 초록과 파랑의 색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벌써 마을의 중심부에서 너무 멀리 멀어져 나왔다. 점점 옅어지던 초록과 파랑은 이내 곧 흙만 무성한 황토색으로 바뀌었다. 소년은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았다. 초록과 파랑이 벌써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마을은 파랑과 초록으로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소년은 두려운 얼굴을 하고 마을 쪽으로 달려 갔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을쪽으로 아무리 달려가도, 파랑과 초록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색이었다. 가슴이 너무 뛰어 가슴이 아팠다. 소년은 달리기를 멈췄다. 그리고는 다시 마을 반대편을 바라 보았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색이었다.  소년은 순간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유는 없었다. 결국 반대쪽을 향해 걸어갈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끝이 없을 것 같은 황토색을 몇시간이고 걷고 또 걸었다. 다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고,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더라도 돌아갔다면 분명 지금쯤 집에 도착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갑자기 희망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황토 저 끝에 검은 점 두개가 보였다. 무엇인가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소년은 그리로 걷고 또 걸었다.
  두개의 점은 두개의 문이었다. 넓고 넓은 황토속에 두개의 문이 있었다. 하나는 통나무를 잘라 만든 투박한 문이었다. 하나는 창호지를 바른 전통적인 무늬의 문이었다. 소년은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평소, 전통적인 것을 좋아하는 소년이었기에, 이번에는 통나무를 잘라만든 투박한 문을 열기로 마음 먹었다. 이유모를 인간미가 느껴졌다. 왼쪽으로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문에 손잡이가 없었기 때문에 열기가 쉽지 않았다. 통나무와 통나무 사이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힘겹게 잡아 당겼다. 모래가 떨어지며 문이 열렸다. 문을 연 그곳을 바라본 소년을 흠찟 놀랐다. 문 속에 펼쳐진 또다른 세상에는 너무나 밝은 세상이 있었고, 그곳에는 검은 색 옷을 입고 있는 소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황토빛 가방을 매고, 벽을 바라보고 있다가 문이 열리자 나를 바라본 것이었다. 소년은 생각했다. 그녀는 빨강이었다.




by Anselmus | 2009/07/08 15:13 | Narrative...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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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상영 at 2009/07/14 21:36
이거 어렵다....빨강은 나 맞지?
오빠가 빨강을 사랑하는 얘기지??히히....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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