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12일
빗속에서 홀로 창잉의 음악을 들으며
빗소리에 눈을 떴다. 장대같이 내리는 비. 요즘은 매일같이 날이 흐리거나 이렇게 비가 내린다. 참 많이도 내리는 비. 비는 사람을 우울하게 하고,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수많은 과거들. 행복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중학교 1학년 때였을까. 우리에게 과학을 가르쳐주시던 선생님께서는 인간이 물에서 왔기 때문에 물을 보면 본능적으로 흥분을 하게 된다고 하셨다. 나는 아침부터 내리는 빗소리에 흥분과 추억을 안고 하루를 준비하였다. 10시부터 이슬이의 영어 과외가 있었다. 12시에 잡혀 있던 태우의 과외는 태우의 요청으로 중단되었다.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있는 놈을 데려다가 과외를 봤자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토마토와 참외, 바나나 그리고 씨리얼을 한그릇 먹고 집을 나섰다.
비가 많이 내리기는 참 많이 내렸다. 빗속을 천천히 걸어 이슬이네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비가 올 때에는 반바지를 입어야 한다고 해서 반바지를 입었더니, 빗물이 다리를 타고 내려가 신발 속으로 정확하게 들어갔다. 양말을 신지 않아 신발속에서 발이 질퍽하게 움직였다. 젠장, 그닥 좋지 않은 촉감이다. 이슬이네 집앞에 도착하니 과외시간이 거의 다되었다. 이슬이네 집으로 벨을 누르고 들어간다. 가족들이 아직도 모두들 자고 있었나보다. 나의 벨소리에 깨었다고 한다. 이슬이는 문만 열어주고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난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양말 두짝을 꺼내어 한짝씩 신고 방으로 들어갔다.

과외가 끝난후 핸드폰을 열었다. 칭와-. 칭와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어제 중국 음식점에 가서 칭와에게 전화 할 수 있는 선불제 전화카드를 샀다. 핸드폰 요금 고지서에 찍히는 요금의 액수가 걱정이었던 나는, 만원짜리 한장을 주고 선불제 카드를 하나 샀다. 칭와에게 전화를 거는 것에대한 부담을 조금은 덜었다.
"웨이-"
칭와의 목소리가 들렸다. 비가오는 날, 떨어져 있어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목소리는 참 큰 힘이 된다. 보고싶은 사람을 목소리를 통해 함께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현존감. 몇년 전 원격교육론 수업 시간에 배운 '멀리 떨어져 있어도 바로 옆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뜻을 가진 그 단어가 새삼 떠오른다. 떨어져 있는 칭와를, 그녀의 그 목소리를 통해서 현존감을 느끼며 나는 대리만족하고 있다.
사실 그 목소리가 칭와의 목소리 일것이라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내가 중국에 있는 칭와와 연락을 하고 있고, 그 목소리는 전파를 타고 나에게 온다는 이론적 가정이 그 목소리가 칭와의 목소리라고 하는 추론을 정당화해준다. 내가 나의 두눈을 통해서 실제로 보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난 그 목소리를 들으며 반가워 하고 행복해 한다. 나를 위안한다. 무언가에 홀린것 같다.
칭와와 통화를 마치고 가던 길을 서둘렀다. 영등포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에서 갈아탔다. 충무로 역에서 내린후 1번 출구로 나왔다. 롯데리아가 보였다. 런치에는 5천7백원 짜리의 유러피안 파프리카 버거 세트가 4천원이란다. 그놈을 하나 사서 연구실에서 먹을 생각으로 롯데리아로 들어가 주문을 했다.
"유러피안 파프리카 버거 세트 주세요. 런치 맞죠?"
"네, 드시고 가실건가요?"
"네"
"4천원입니다."
무언가에 홀린 기분이다. 싸가서 연구실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빈 자리를 보아두고, 가방을 두고 우산을 세워둔 후 주문한 음식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그놈을 먹고 다시 짐을싸서 연구실로 향했다. 빗발이 조금 약해졌다.
연구실에 들어간 후 컴퓨터를 킨다. 칭와의 음악이 듣고싶어졌다.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듣는다. 칭와의 블로그를 키자 평소 칭와가 좋아하는 음악이 흘러 나온다. 평소 칭와와 함께 있을 때 자주 듣던 음악들이다. 음악을 들으면 칭와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또다른 현존감이 나를 감싸돈다. 우리 칭와. 지금도 내가 자신의 글을 블로그에 쓰지 않는다고, 정확하게 "나는 상영을 사랑한다."라고 적어 놓지 않는다고 투덜거리고 있을 우리 칭와. 그녀가 좋아하던 음악을 들으며, 오늘은 글을 올린다.

나는 우리 상영을 너무나 사랑한다-
# by | 2009/07/12 15:11 | to my red frog.....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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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다...사랑합니다...태진 오빠.